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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벼락 위에 서서

 

 

담벼락 위에 서보니

왼편에는 지루한 늪이 드넓게 펼쳐저 있다.

넓어 끝이 보이지 않고 그 깊이를 예측할 수 없는

지루함처럼 곳곳에 함정이 준비된 늪이다.

 

그 너머에 자그마한 정원에는

감사나무가 사철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지만,

너무 멀어 언듯 눈에 띄는 것에 불과하다.

 

담벼락 위에 서보니

오른편에는 결실이 가득한 과수원이다.

과실수 사이에는 유혹이라 불려지는 개가

눈을 번뜩이며 내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과수원 너머 펼쳐진 숲은 원시림이다.

아직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미개척지 처럼, 처녀 처럼,

설렘과 흥분, 위험과 낙심을 가슴에 품은 채로

오라 오라하며 바람소리로 부르는 원시림이다.

 

담벼락 위에 서서

여전히 내려가지 못하고 있다.

그저 바라보는 것으로 배부른지도 모르겠다.

담벼락 위에 서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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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spel Lecturer Indibrand